영화 이야기

[스크랩] 코엔 형제 최고의 서스펜스

지바위 2013. 6. 7. 17:16

 

 

 

 

 

 

철학을 담은 명품 스릴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코맥 매카시의 동명 소설을 코엔 형제가 영화한 것이다.

코맥 매카시가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에서 제목을 따왔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이는 시를 읽어 보지 못 했다면 소설이나 영화를 이해하는데 수월하지 못 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사실 영화에서 못 다한 이야기가 소설에도 많이 담겨져 있다.

특히 보안관 에드 톰 벨의 대한 이야기다.

그는 이 영화의 제목에 나오는 노인측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비잔티움으로의 항해>의 첫 구절에 이런 말이 나온다.

"저기는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여기서 저기라면 비잔티움일 것이다.

비잔티움은 터키의 옛 도시인 이스탄불인데 종교,예술,인생이 일체화된 이상적인 곳이라고 예이츠는 설명하고 있다. 시에서는 노인은 한갓 하찮은 물건이고 막대기에 걸린 누더기라는 소위 허수아비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영혼이나 지성만큼은 살아 있다는 의미를 내비치고 있다. 

 

 

 

 

 

보안관 벨은 살인마 안톤 시거에 대한 살해 경위를 듣고 겁부터 먹으며 현장에는 항상 늦는 무능함을 보여준다.

살해 현장에 그가 있을 거라 추측하면서도 딜레마를 보여 주는 그를 보면 참담하기까지하다.

게다가 자신의 멘토로 추측되는 앨리스 아저씨에게는 하느님이 자신의 인생에 들어올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말만 듣는다.

마지막에 그는 꿈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가 돈을 줬는데 잃어버렸으며 말을 타고 담요를 쓴 채 불을 머금은 뿔피리를 들고 앞서 나간다는 이야기는 시에서 얘기하는 자연을 벗어나 황금새가 되고 싶다는 어떻게 보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대목이 아닐까한다.

 

앞서 자연을 벗어난다는 말에 대해 의아할 지도 모른다.

시에서는 젊은이들과 자연 속에 동물들의 노래를 관능의 음악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총격전이 있던 걸로 추측되는 현장에서 돈가방을 발견한 모스는 행운이라고 생각하지만 얼마 안 되서 살인마 안톤 시거에게 쫓기게 된다.

이 둘의 추격전이나 모스의 부인 칼라 진의 어머니도 노인인데 이들의 관계를 보고 있으면 명확해진다.

이러한 자연을 벗어나 황금새가 되고자 열망하고 있는 보안관 벨이 이제 보이는가? 

 

 

 

 

보안관 벨에 반해 살인마 안톤 시거는 상당히 독특한 인물이다.

그를 안다는 해결사 칼슨의 말대로 자신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살인마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있듯이 운명도 이분법적이라고 생각하는 자다.

차를 타고 가다가 새에게 총을 쏜다던가 주유소 사장에게 동전을 던져서 맞춰 보라는 행태를 보고 있으면 분명해진다.

'이럴 필요 없잖아요.'라는 칼라 진의 말에 '안 이럴 필요도 없잖아.'라고 단순하게 대답해버린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유리 가루가 밖으로 떨어져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총을 조심하게 쐈다는 특이한 정신세계도 가지고 있다.

안톤은 비잔티움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이다.

시에서 얘기하는 자연은 안톤이나 모스가 단순하게 생각해 버리는 혹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신념의 세계가 아닐까한다. 

돈을 우연히 주워서 도망가기 바쁜 모스나 이유 없이 살해를 일삼는 안톤을 보면 명확해진다.

 

 

 

 

 

이 영화가 나오기까지는 코맥 매카시의 소설, 그리고 예이츠의 <비잔티움으로의 항해>가 있었다.

소설은 영화보다 좀 더 친절하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 대단하다고 느끼는 건 코엔 형제의 뛰어난 연출력 덕분이 아닐까 한다.

대사와 상황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런 명품 스릴러가 또 한 번 다가올지는 모르겠다.

 

영화가 다 끝나고나서 한 번도 음악을 삽입하지 않았다는 걸 느낀 관객들은 몇 명이나 될까?

 

출처 : 네티즌 리뷰
글쓴이 : 진사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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